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월요시국기도회 마무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지난해 10월 재개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 월요시국기도회'를 3월 18일 안양 중앙 성당에서 마무리했다.

사제단은 비상시국회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1차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사'를 시작해 3월부터 8월까지 17차례 봉헌했다. 이어 2차 시국기도회는 10월부터 부산교구에서 수원교구까지 10회 진행했다.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기도회에는 사제 50여 명을 비롯해, 신자와 수도자 650여 명이 참여했다. 김형중 신부(중앙성당 주임)가 주례를 맡고, 양기석 신부(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가 강론했다. 미사 뒤, 안양역 광장까지 800미터 남짓 거리 행진을 하고 마쳤다.

양기석 신부는 독서에 나온 고통에 눈물짓는 수산나의 이야기를 통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권력자의 탐욕 때문에 고통당하는 이웃들의 존재를 증언했다. 집권 2년도 채 안 된 윤석렬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법안 대부분이 부당한 구조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고, 치유할 사회적 안전장치였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배우자와 이권으로 얽힌 소위 카르텔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권력을 사적으로 전용하고 있고,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 압력을 넣은 피의자를 호주 대사로 임명하는 등, 대한민국은 법치가 사라진 독재 국가라는 사실을 세계에 천명한 사건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정책과 말 바꾸기 사례를 언급하며 "윤석열의 죄는 사람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 바다를 포함하는 공동의 집 지구에 대한 죄라는 점"을 고발했다. 양 신부는 "수산나가 악과 맞서 싸웠듯이 하느님 뜻을 거슬러 약한 이들의 삶을 궁지로 내몰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윤석열과 현 정부의 악행에 맞서 4월 선거를 심판의 총선으로 만들 것"을 강조하였다.

안양 성당 대성전에서 월요시국기도회 마무리 미사를 드리고 있는 사제단과 신자들. ©경동현 기자<br>
안양 성당 대성전에서 월요시국기도회 마무리 미사를 드리고 있는 사제단과 신자들. ©경동현 기자
3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수원교구 안양 중앙 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 월요시국기도회'로 2차 전국 순회를 마무리했다.&nbsp;©경동현 기자<br>
3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수원교구 안양 중앙 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 월요시국기도회'로 2차 전국 순회를 마무리했다. ©경동현 기자

미사가 끝나기 전, 채 상병 사건 관련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와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의 연대 발언이 있었다. 이어 사제단 50주년 기념사업위원장인 김인국 신부가 월요시국기도회 폐막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사제단이 앞장서고, 신자와 수도자가 뒤따르며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성당 마당부터 안양역 광장까지 행진했다. 행진 중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고등학생 5명이 합류하면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안양역 광장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이태원참사 유가족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사제단은 이날로 월요시국기도회를 일단락하고, 사제단 50년사 발간 등 기념 사업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시국미사 후 촛불행진을 시작하는 사제단과 신자들. ©경동현 기자
안양역 광장 마무리 집회에서 발언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경동현 기자
월요시국기도회를 마치며

1.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작년 3월 20일 ‘전국사제비상시국회의’의 결정으로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사>를 드리고 월요시국기도회를 시작한 지 꼭 일 년이 되었습니다.

서울로부터 마산/ 수원/ 광주/ 춘천/ 의정부/ 인천/ 원주/ 청주/ 제주/ 안동/ 전주/ 대전/ 대구, 3월에서 8월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제1차 시국기도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 다시 부산 정발장군공원에서 시작하여 서울/ 전주/ 수원/ 의정부/ 마산/ 인천/ 광주/ 전주/ 그리고 오늘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에 이르기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 월요시국기도회>를 오늘 마치게 되었습니다.   

2. 국가 공동체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비상한 때에 저마다 비상한 각오로 무도하고 무례하기 짝 없는 윤석열 검찰독재의 폭정에 아무도 목숨을 잃거나 상하는 일이 없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이명박의 사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이른바 ‘사자방’의 전철을 밟더라도 국가경제를 거덜 낼 만큼은 아니기를 바랐으나, 그는 무역강국 코리아를 파탄 일보 직전까지 추락시켰습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흉내 내더라도 세월호의 비극처럼 아이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만큼은 없기를 바랐으나 이태원에서 수백의 젊은이들이/ 해병대 병사가/ 주말에도 일터로 향하던 시민들이 우리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탄핵의 심판을 받은 두 전직에도 한참 미달하는 윤석열은 무거운 죄를 뉘우치고 오늘 당장이라도 자리를 내놔야 합니다.

3.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행로가 <윤석열의 집권>이라는 변칙적 사건 하나로 가로막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깝던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그만 고꾸라진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후퇴와 역진이라는 사태는 고도성장을 이루는 동안 내면이 고갈되고, 공동체의 붕괴가 임박하게 됨으로써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위기와 난국을 살벌한 각자도생으로부터 따뜻한 공생공락으로 체제전환을 이룰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약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4.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언제나 빛과 어둠이 혼합된 길입니다. 윤의 역사적 퇴장 이후, 더 나은 민주주의를 이룩한 다음이더라도 계속해서 우리는 여러 단계의 어둠을 통과하며 위험한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빛 속에서 경험한 바를 어둠 속에서 기억하는 역사적 경험을 일찍이 십자가의 성 요한은 “밝은 어둠”이라 하였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불가피한 과월절”이라 불렀던 바,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우리는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고 있는 역사의 추세를 확신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가까이 다가왔고,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떤 변칙과 세력도 이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5. 그러므로 있어야 할 것들이 있게 하고, 없어야 할 것들이 말끔히 없어지도록 생활 속의 억강부약을 다짐하며, 환하고 따뜻한 봄기운을 널리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만 하면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기운을 차립시다. 사랑과 정의가 무능과 부패를 구원할 것입니다. 윤석열의 검찰독재를 뿌리뽑는 4월 10일, 심판의 총선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뜨겁게 성원해 주신 전국의 많은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의로우신 여러 교우님들과 선의를 가진 모든 시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제단은 잠시 하느님께 이르는 가장 좋은 길, 침묵의 시간을 보내면서 고통 받으며 신음하는 모든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2024.3.18.

성요셉대축일 전야에
수원교구 안양중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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