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만은 해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할 당시에도 명동성당청년연합회 소속 ‘가톨릭민속연구회’활동을 하는 등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고 있었으며 서울대 입학 후 바로 군입대를 하게 된다. 군에서 제대하여 ’87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규탄을 위한 ‘구로구청 농성’에 참여하여 구류 10일을 살기도 하였다. 그리고 광주항쟁 8주기를 맞이하던 ’88년 5월 15일 당시 ‘가톨릭 민속연구회’ 회장이었던 동지가 명동성당 구내 교육관 4층 옥상에서 할복, 투신하였다.

조성만은 투신 후 즉시 백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투신 때 입은 두개골 손상으로 인해 오후 4시 30분 뇌사상태에 빠져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가슴에 맺힌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한 채 7시 30분 끝내 운명하였다. 조성만의 삶을 사진을 통해 기억해 보기로 한다. 이 사진들은 송기역 씨가 집필한 <사랑 때문이다-요셉 조성만 평전>(오마이북, 2011)에 실린 것이다. 

▲ 조성만 열사 영정 사진

 

▲친구 윤석정과 씨름하는 모습.

▲대학시절 방학을 맞이해 지리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맨 오른쪽이 조성만.

▲대학1학년 때 해성고 친구들과 만든 야구동아리 '딱따구리' 회원과 함께. 뒷줄 가운데가 조성만.

▲조성만의 유품. (사진/김정효)

▲왼쪽부터 아버지 조찬배, 다음이 문정현 신부다. 문 신부는 조성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구로구청 사건을 겪은 뒤 변산으로 여행을 떠난 조성만. 죽음 직전 마지막 여행이었다.

▲조성만의 유품.(사진/김정효)

서울대 입학식에서 부모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할복투신 당시에 복사해서 시민들에게 뿌린 자필유서. (사진/김정효)

     

[ 조성만 열사 할복 투신 당시 남긴 유서 전문 ]

†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척박한 땅, 한반도에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고자 했던 한 인간이 조국통일을 염원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그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막아져서는 안됩니다.

조국이 분단된 지 어언 44년, 일제치하의 조국을 구하고자 자기의 삶을 버리고 싸워갔던 자랑스러운 독립군의 정신은,인류를 자기 나라의 이익을 뽑아내는 장소로 여긴 미국에 의해서 땅에 묻힐 수밖에 없었으며 그 대리통치세력인 해방 후의 정권들(친미사대주의자인 이승만, 독립군을 때려잡던 일본육군사관학교의 후예들, 이들의 반민족적 행동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에 의해서 이 땅의 주인인 민중들은, 어느 한 구석 성한 곳 없는 사회에서, 민족의 바램인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이야기만해도 역적으로 몰려 세상에서 삶을 뿌리 뽑힌 채 갈수록 비인간화되는 모습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몇년전 혈육을 부여잡고 말을 잇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은 이 땅의 현실이며 노동형제들, 농민들, 학생, 공무원, 경찰, 사병 등등 반쪽이 된 조국의 구성원들이 처해있는 현실은 차마 양심을 가진 인간을 편안케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모습의 원인들은 바로 한반도를 본국의 이득을 위한 땅으로 여기는 미국과 그 대리통치세력인 군사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올해 열리는 올림픽도 미국과 현 군사정부의 기득권 유지에 필요한 행사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으며,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를 영구분단화하려는 것은 이 민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입니다. 민족 문제의 해결은 조국통일로서만 가능하다는 사실로 볼 때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는 미국과 군사정부의 반민족적 행위는 우리에 의해서 막아져야만 합니다.

한반도에서 미국은 축출되어야만 합니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미국의 등장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을 동반했습니다. 민족의 독립을 외쳤던 제주도민의 학살인 4.3, 한국전에서 보여준 미군의 우리 민족(북한과 남한을 포함하여)에 가했던 살상, 5.16의 지원, 저 잊을 수 없는 80년 광주학살 등 오직 제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미국의 모습은 이 땅을 단 한발의 원폭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유발하고 있으며, 더 이상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민족 문제의 해결은 미국을 축출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민족반역으로 여겨질 수 없습니다.

군사정부는 반드시 물러나야 합니다.

오직 정권욕에 가득찬 현 군사정부는 이 땅의 현실을 은폐한 채 미국에 대한 사대적인 태도를 표명하며 정권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조국의 운명을 그네들 손에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낳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민족의 한인 광주학살을 주도한 현 군사정부, 자랑스런 조국 아메리카의 후예들!

다가오는 올림픽은 반드시 공동개최되어야만 합니다.

분단고착화와 정권유지와의 타협에서 이루어질 올림픽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남한과 북한이 같이 참여하여 민족화해와 민족통일을 이루는 기반이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이후 서로 철천지 원수가 되어 살아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같은 형제라는 낱말을 잊고 살아 왔습니다. 통일이 국시가 아니라 반공이 국시인 현실 속에서 국민학교 음악책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없어지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으며, 퉁일에 대하여 논의했다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가 채워지는 현실을 뜬눈으로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반민족적이고 도대체 누가 애국하는 사람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현실,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랬을 때만이 진정한 통일은 이루어질 수 있으며 한 민족이 함께 어울어지는 세상에서 평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남북공동올림픽을 거부할 집단은 현 군사정부와 그 밑에서 민족을 팔아먹는 사람들 이외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올림픽은 민족화해의 장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찢어진 우리나라를 하나 되게 해야 합니다. 진정한 언론자유의 활성화, 노동형제들의 민중생존권 싸움, 농민형제들의 뿌리 뽑힌 삶의 회복, 민족교육의 활성화,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문제를 쌓아놓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우리의 형제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현실은 차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에게 더 이상의 자책만을 계속하게 할 수는 없었으며, 기성세대에 대한 처절한 반항과, 우리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조국을 남겨주어야 한다는 의무감만을 깊게 간직하게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떠오른 아버님, 어머님 얼굴 차마 떠날 수 없는 길을 떠나고자 하는 순간에 척박한 팔레스티나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인간이 고행 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명동성당 교육관 옥상에서 투신하는 조성만.(사진/최순호)

▲어머니 김복성 씨가 아들의 눈을 감기고 있다.

▲백병원 담당의사가 조성만을 살리려 마지막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항쟁 계승 마구달리기 행사에 앞서 몸풀기를 하는 명동 청년들.

▲투신하기 직전,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정의채 신부의 말씀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조성만.

▲사도예절을 집전하는 정의채 신부.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어머니 김복성 씨.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노제를 열었다.

▲백병원 앞에서 시신탈취를 막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위하는 청년들.

▲전남도청 앞에 운집한 광주 시민들이 운구차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운구차가 서울시청 앞을 지나고 있다. 

▲옛 서울고 노제에서..

▲명동성당 청년단체연합회와 서울대 만장이 선명하다.

▲조성만 영정그림

▲십자가를 앞세운 운구차

▲만장을 든 청년들의 행렬.

▲조성만을 그린 걸개그림. 분단을 사슬을 끊고 있는 조성만을 형상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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