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희망재단 이사장 최기식 신부]

짐바브웨의 농장, 광산, 멀리 떨어진 외딴 지역에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시골 사람들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 “시골여성들은 도서관에 가기에는 너무 바빠. 꿈 깨.”, “설사 당신이 시골마을에 책을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누가 그 책들을 관리할 건가요? 자질을 갖춘 사서도 없고, 그 책들은 당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불쏘시개나 담배 피우는데 사용되지 않는다면 화장실에서나 쓰일걸요.” 하나같이 이런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무하마드 유누스의 성공을 교훈으로 삼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는 믿음과 함께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자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어렵게 5000달러를 가지고 20개 도서관을 위한 20권짜리 책묶음을 처음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 짐바브웨에서는 아직도 책걸상도 없는 땅바닥에서 공부하는 아동들이 많다.

한국희망재단은 지난 2년간 짐바브웨의 ABDO(Africa Book Development Organinization)와 협력해 농촌 도서관 12곳에 책을 지원해 왔다. 이 글은 ABDO활동가인 은톰비 씨가 처음 농촌도서관 사업을 시작할 때 이야기다. 아프리카 남쪽 짐바브웨는 계속되는 경제악화로 실업률은 80-90%나 되는데, 2만 명의 교사들은 교실 대신에 이웃나라 광산 등에서 교사도 교과서도 없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책 한 권당 40명이 보고 있으며, 어른들도 농작물 생산과 가축들의 질병을 고치는데 유용한 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벌인 운동이 농촌 도서관운동이다. 희망재단은 이들에게 도서관뿐 아니라 인터넷 설비도 제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재단의 후원금은 턱 없이 부족하다.

그뿐 아니다. 한국희망재단은 지난 상반기에 방글라데시의 3개 비정규고등학교를 짓고 13개 학교를 지원해 공교육에서 소외된 1,280명의 빈곤아동들에게 기초교육을 제공해 왔다. 필리핀에서는 40명의 아동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새롭게 파실 지역 공립학교 증축을 도왔다. 이 교실이 완성되면 2,700명의 학생들이 유아반에서 초등학교까지 공부하고, 야간에는 여기서 650명의 고등학생이 공부하게 될 것이다.

인도 첸나이 지역의 채석장에서 일하는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 운영도 돕기 시작했으며, 캄보디아 캄퐁톰 지역의 유치원 교사 양성교육도 돕는다. 버마에서는 성(Gender) 분야 활동가들을 위한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아시아 희망의 숲’ 조성 관리도 지원한다. 이번 가을에는 인도애서 식수개발과 가축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 한국희망재단 새 이사장, 최기식 신부.

10월 17일은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지난 8월 25일 임시총회를 통해, 한국희망재단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임된 최기식 신부(원주교구)는 “세계적으로 닥친 경제위기로 우리 자신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지만, 내가 넉넉할 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가진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는 마음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한국희망재단이 이 세상 더 많은 곳,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달라”며 후원을 호소했다.

한국희망재단은 “인종과 종교, 이념을 초월해 사랑과 인간의 존엄성을 함양하는 정신에 입각해 지구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와 평등한 지구촌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6년에 설립되었다. 종교기관은 아니지만, 초대이사장을 맡은 함세웅 신부와 2대 이사장이었던 이창복 선생, 이번에 새롭게 책임을 맡게 된 최기식 신부 등에서 보듯이, 가톨릭정신에 바탕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최기식 신부는 1971년에 사제서품을 받아 올해로 사제생활 40년을 맞았다. 원주교구 소속인 최 신부는 사제서품 직후부터 원주지역의 수해복구사업과 관련해 사회개발운동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지학순 주교 구속사건 등을 계기로 동창인 안승길 신부와 더불어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활동에도 열성이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운동에도 보탬이 되었다. 그후 1989년부터 사회복지운동에 뛰어들어 ‘가톨릭사회복지협의회’를 만들고 1991년까지 회장으로 일해왔다. 최근까지 ‘천사의 집’ 원장으로 그동안 줄곧 원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를 이끌어 왔으며, 지학순정의평화기금에 관계하다가, 이번에 한국희망재단 이사장으로 마지막 열정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최기식 신부는 그동안 사회복지운동과 관련해 오랫동안 모금운동을 벌여왔는데, 한국교회는 주로 구라주일, 자선주일, 복지주일 등 몇 차례 이름이 바뀌었지만, 이런 특별한 날에만 본당에서 2차 헌금을 걷어 모금하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런 모금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톨릭사회복지회는 4-5명의 직원들이 행정업무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카리타스, 세베모, 미시오 등 후원단체들과 비교하며 ‘더 적극적인 방식’을 요청했다.

“1990년대에 독일에 가보았더니, 독일 카리타스는 본부에만 35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독일 뮌스터 카리타스는 150여 명, 25개 지구에 25명 정도가 근무하더라. 이들은 몇몇 직원들만 사무실에 남아있고, 대부분 본당별로 단체별로 집집마다 방문해서 후원을 청하더라. 어떤 집은 하루에 열 번씩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데, 그 모금액이 어머어마하다. 독일의 경우에 일 년에 해외에 지원하는 액수가 당시 3백억 정도였다. 영국의 카퍼드도 마찬가지로 일한다. 우리나라 교회처럼 구태의연하게 사무실에 앉아서 모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 년에 한두 번 2차 헌금을 기다리는 게 한국교회 현실이다. 직원도 늘이고 대신에 더 적극적인 모금이 필요하다”

최기식 신부는 가톨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으로 일할 때 2차 헌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후원회를 조직했다. 결과를 보면, 당시에 통상 2차 헌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일 년에 6억5천만 원 정도였는데, 후원회를 통해서 들어온 기부금이 7억5천만 원 정도나 되었다며, 새로운 모금방식을 다른 나라 교회와 사회에서 배울 것을 권했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재단’의 모금방식 등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 방글라데시 쿨나 권역은 벵갈만에 근접해 있어 사이클론의 피해를 자주 입는다. 지난 2007년과 2009년에도 사이클론 시드르와 아일라의 피해를 크게 입었다. 이런 사이클론이 한번 마을을 강타하면 가옥은 물론이고 교육시설도 무너져 버린다. 한국희망재단은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무너진 학교를 재건하여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기초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한국희망재단

또한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받던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가야 한다. 특히 제3세계의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바탕과 환경을 마련해 주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희망재단에서는 이와 관련해 해외지부를 설립해 지역사업을 주도하지 않고, 현지 상황을 더 잘 알고 있는 지역단체가 현지의 자조개발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식을 취한다.

최기식 신부는 마지막으로 “아직 한국 가톨릭신자들은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독일처럼 국민들이나 신자들이 제 수입 가운데 일정 부분을 항상 떼어내 크든 작든 이웃의 몫으로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교회는 막연한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외치기보다, 신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기부문화가 퍼져 나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문의: 한국희망재단 http://www.hope365.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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