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첫 여성사제 수품 이후 신부 124명, 주교 10명
여성사제들, 교회와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 사목

2002년 6월 29일 오스트리아와 독일 국경을 가로지르는 도나우 강에 띄운 배 위에서 7명의 여성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가톨릭 사제 수품을 받았다. 교황청은 곧바로 이들을 파문시켰지만, 그로부터 얼마 후 한 남성 가톨릭 주교가 여성사제의 주교 서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교황청으로부터 처벌을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된 주교 서품식에서 크리스티 메이어 루메츠베겔과 기셀라 포스터가 첫 번째 가톨릭 여성주교가 되었다.

2005년에는 이들 두 명의 여성주교와 그들에게 주교서품을 준 남성주교가 공동으로 사제 서품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첫 여성사제가 탄생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4명의 여성사제와 10명의 여성주교가 자신의 소명에 따라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 미국의 여성 사제들 ⓒwww.arcwp.org

미국 출신의 여성주교 브리젯 메리 미한은 여성사제 수품 1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교회법을 어겼지만, 수품은 유효하다”고 내셔널가톨릭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브리젯 주교는 “예수가 그러했듯이 여성사제들은 가부장적인 교회를 더욱 여성 친화적이고 협력하는 교회로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의 공동체는 항상 열려 있으며, 성사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여성사제 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저명한 여성신학자 이다 래밍 신부는 여성사제 운동 1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에서 “교황청의 여성들에게 사제 수품을 금지하는 것은 반여성주의적이며 신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가톨릭교회 내의 정의와 여성들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교회 개혁 운동 진영과 여성 신자들 사이에서는 저항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브리젯 메리 미한 주교 ⓒwww.arcwp.org

브리젯 주교에 따르면, 1976년 교황청의 성서위원회 학자들조차도 신약성서에서 여성의 사제수품을 배제하는 아무런 근거도 찾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4년 5월에 발표한 <남성에게만 유보된 사제 서품에 관한 교황 교서(Apostolic Letter Ordinatio Sacerdotalis)>에서 여성의 사제직 배제를 명시했다. 올해 4월 성 목요일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여성사제 서품에 대해 교회의 교권에 복종하지 않는 사제들을 공개적으로 신랄하게 질타했다.

이러한 교황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여성사제 운동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여성사제들은 대부분 작은 규모의 성당이나 병원, 호스피스, 교도소와 같은 곳에서 사목활동을 하며 교회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미국 켄터키 주에서는 지난 6월 9일에도 또 한명의 여성이 사제 수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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