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수녀,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발표회에서 ‘뉴에이지와 신비주의 운동’ 발표

영적 목마름의 시대에 뉴에이지와 신비주의 운동의 확산은 그리스도교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 이현숙 수녀 ⓒ한수진 기자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1세기에 꽃피는 신학’을 주제로 제15차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10번째 주제로 선택된 ‘뉴에이지와 신비주의 운동’의 발표자로 나선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그리스도교가 (뉴에이지와 신비주의 운동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자신을 개방하고 차별화된 고유한 신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긍정적인 것은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해 수용하고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에이지와 신비주의 운동이 이 시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만큼 그들이 교회에 바라는 시대적 소망이 그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수녀는 뉴에이지와 신비주의 운동의 등장 배경이 되는 탈현대사회는 오히려 그리스도교가 “‘종교적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스도교는 포스트모던 사상을 회의주의, 개인주의, 무정부주의 등으로 잘못 인식하고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탈현대사회의 사람들은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없는 하나의 입장이나 관점보다는 ‘~을 존재하게 한 근원적 상황’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이 수녀는 “이성 중심적 사고의 틀 안에서 상실된 ‘거룩함’과 ‘종교성’을 재발견하고 인간 이성 이전에 존재하는 존재의 거룩한 질서를 향해 사람들의 마음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수녀는 뉴에이지적 신비주의 운동의 도전을 4가지로 정리하고 그 중 그리스도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를 살펴봤다.

이 수녀에 따르면, 뉴에이지적 신비주의는 개별 영성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자 ‘종교와 사회 양성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영성’ 안에서 모든 존재와 하나가 되는 ‘신비적 우주의식 체험’은 가치와 인식 체계를 변화시켜 사회변혁의 동력이 된다. 이 수녀는 “뉴에이지 운동에서 영성의 일상화와 사회변화는 평화, 인도주의, 인간 존엄성의 존중, 명상, 생태계에 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점이 “그리스도교의 복음화 개념과 유사성을 보인다”고 이 수녀는 지적했다. 이 수녀는 뉴에이지가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퍼트리고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능력 역시 그리스도교가 배워야할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신비에 대한 보편적 갈증은 인간의 원초적 · 본성적 욕구다. 인간은 내면의 신비롭고 성스러운 체험을 통해 자신이 처한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꾀한다. 종교학자 루돌프 오토는 이러한 체험이 종교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뉴에이지는 성스러움에 대한 인간중심적 해석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극대화하고 그 안에서 해결점을 제시한다. 이 교수는 “(뉴에이지의) 인간 중심적인 수행체계는 신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고 종교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에이지 확산 이유, 교회의 자기쇄신 주제와 맞물려

그럼에도 뉴에이지 운동이 탈현대사회에서 대체종교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수녀는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장려하는 개방적이고 열린 종교의 모습을 지향하는 탈현대사회에서, 뉴에이지운동이 현대인의 종교적, 영적 욕구와 갈증을 충족시키고 풀어주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바로 이점이 오늘날 교회의 거시적인 자기쇄신이라는 숙제와 맞물린다”고 강조했다.

“중세적인 획일성, 보편성, 통일성에 기초한 수직적이며 가부장적인 권위 체제를 유지하고, 종교 다원주의 시대에 남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진리만을 주장하면서 지나간 과거의 영광에 집착할 때, 교회는 포스트모던 사상이 열어준 종교적 생명력의 회복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수녀는 교회가 이 시대 사람들이 바라는 시대적 소명에 응답하기 위한 대안을 세 가지 차원에서 제시했다.

먼저 ‘그리스도교적인 명상운동과 새로운 영성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이 수녀에 따르면, 서구의 그리스도교 명상 프로그램들은 초기에 동양의 명상법과 접목돼 시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자신의 뿌리를 초기교회 교부들의 신비사상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수녀는 한국의 경우에 영성프로그램 계발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성급하게 뉴에이지라고 판단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동아시아의 부유한 유산인 명상과 신비의 전통을 토착화해 그리스도교에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뉴에이지와 차별화된 영성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해소나 정신력 강화, 마음의 평화만이 아니라 “토마스 머튼이 제시한 ‘관상의 목적’ 안으로 수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머튼의 관상의 길이란 “피상적인 하나의 대상으로서의 나가 아닌 실존적인 신비 안에서 나 자신을 깨닫는 것”이다.

다른 대안으로 ‘가부장적 교회의 자기 쇄신’과 ‘신학의 패러다임 전환’, ‘토착화와 상황화’가 제시됐다. 이 수녀는 “가부장적 교회의 자기쇄신은 교회가 하나의 ‘종파’에서 ‘공동체’로 변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에이지와 신비주의 운동이 종파의 특성인 지도자를 향한 맹목적 숭배, 불투명한 운영과 재무관리, 획일성, 독단적 교리 등의 한계에 대항해 해방을 추구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신학의 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이 수녀는 “신학은 실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신학적 명제를 통해 진실을 설명하려는 제한된 표현임을 겸손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신비에 보편적 갈증을 느끼고, 교회 안에서 신비신학, 초월신학, 관상기도, 그리스도 명상 등이 성행하고 있는 상황은 기존 신학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 수녀는 한국 교회가 여전히 “서구 교회 패턴을 선호하고, ‘로마보다 더 로마적인 교회’로 서구적 그리스도교를 답습 · 보존 유지하는데 머물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신앙의 토착화에 다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문화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발견해 이들을 토착화와 복음화의 장으로 삼고, 세속화 · 이성 중심 · 물신숭배의 상황을 복음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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