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의평화위원회 성찰좌담회

"고통의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가 세월호참사 이후 지난 10년을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일 인천 부평에 있는 노동자센터에 정평위 위원들을 비롯해 30여 명이 모였다.

발제자로 나선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금호1가동 주임)는 교회가 세월호참사의 아픔과 어떻게 함께했는지 이야기하고, 교회의 역할은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의 곁에 함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세월호참사 직후 정성환 신부(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는 팽목항에 약 한 달간 머물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교구에 보고하고, 신부들에게 수시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정 신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고, 그저 희생자 가족들 옆에 머물렀다고 한다. 나승구 신부는 정 신부의 일을 이야기하며, 교회의 역할 중 하나는 고통이 있는 현장에 머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고통의 자리를 벗어나면 그야말로 남의 일이 되고 만다.”

또 나 신부는 “광화문에 기억공간이 생겼을 때 어떤 이는 와서 뜨개질을 하고, 어떤 이는 리본을 나눠 주고, 어떤 이는 문화제를 준비하고, 어떤 이는 기도하고, 어떤 이는 그저 옆에 앉아 책을 읽었다”며 이렇게 고통의 자리에서 함께 있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란 것을 재차 말했다.

컨테이너로 된 팽목 성당을 10년간 지키는 손인성 씨(스테파노)에 대한 고마움도 이야기하며, 나 신부는 “이와 같은 항구한 지킴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2014년 8월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종이 일정 내내 유가족들을 만났던 일도 상기시켰다.

그는 10주기가 지나고 나면 잊히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면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행사를 치르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아픔과 고통이 계속되는 자리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노란 리본을 보기 드물고, “아직도 달고 있냐?”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우리는 고통의 상징인 십자가를 아직도 달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했다.

3월 20일 인천교구 정의평회위원회가 '세월호참사 10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를 주제로 성찰좌담회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br>
3월 20일 인천교구 정의평회위원회가 '세월호참사 10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를 주제로 성찰좌담회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

이어서 4.16재단 박래군 상임이사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세월호참사 이후 구체적 성과는 아니지만,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참사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계가 모두의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 사회로 나아가가 위해 노력하는 ‘4.16운동’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했다.

한국 사회가 재난 참사에 대응하는 공식이 세월호참사 이전과 바뀌었다. 그는 “유가족들은 수동적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운동의 주체로 움직인다. 피해자들의 적극적 움직임이 재난을 사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재난공동체가 형성돼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전에는 재난 참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일이 드물었고, 추모 공간이나 애도의 상징물도 없었지만, 세월호참사는 초기부터 시작해 수많은 기록물이 나왔고, 생명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 안에 세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명과 안전의 가치는 뒤로하고, 돈과 효율, 경쟁력을 중시하는 것에 대한 각성이 일어났고,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졌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제정이 세월호참사 이후의 생명 존중, 안전 사회 운동이 밑받침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은 미완으로 남아 있”고, 정치권은 생명과 안전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한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후진적인 정치, 재난 참사를 지우기만 하려는 국가와는 결별해야 한다”며,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를 위한 정치에 투표할 것을 강조했다.

3월 20일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참사 10주기 성찰좌담회에서 발표하는 나승구 신부(왼쪽)와 박래군 상임이사. ⓒ배선영 기자&nbsp;<br>
3월 20일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참사 10주기 성찰좌담회에서 발표하는 나승구 신부(왼쪽)와 박래군 상임이사. ⓒ배선영 기자 

이어서 참석자들이 나눔 시간에는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구체적 방법을 이야기했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전국의 성당, 교회, 절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모 현수막을 달고, 사순시기와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세월호참사뿐 아니라 이태원참사 등 재난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모 행사에 참여하고 누리 소통 매체에 인증을 남기는 것도 함께하는 방법의 하나다. 천주교에서도 각 지역에서 추모 미사와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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